인류 역사는 권력과 힘을 가지려던 수많은 왕과 권력가들이 이룬 흥망성쇠의 역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몫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수단과 방법이 불의해도 역사를 주도한 인물들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평가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권력의 희생양이 된 민초들의 삶과 억울하게 당한 소수의 역사는 왜곡되고 억압되며 멸시당해 왔습니다. 교회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도 교회의 권력에 희생된 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구촌에는 여전히 권력의 희생양이 되는 이들이 많지만, 오늘날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들에서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인권 의식이 성장하고 있고, 권력의 횡포에 대한 제재와 감독은 물론 공직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시민 의식도 커 가고 있습니다. 정경 유착과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목마른 시민들이 이룬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도 세계사적으로 주목을 받지만, 여전히 권력의 시녀로 살아오며 잘못된 이념 논쟁의 희생양이 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교회 전례력의 마지막에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선포하는 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속의 역사에서는 실패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2천 년이 지난 오늘 그분의 진리의 가르침과 십자가의 구원의 의미를 깨달은 신자들의 순교와 영웅적 신앙 고백을 통하여 승리하신 왕이 되셨습니다. 권능의 상징으로 구름을 타고 오시며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시는 선언은, 세상이 완성되는 날까지 교회가 간직해야 할 중요한 복음입니다. 섬김을 받지 않고 섬기러 오신 그리스도왕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이 믿음을 잃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며 살아갑시다.
(송용민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