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런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마지막 숨 넘어오는 순간
그 손을 부썩 쥐며
"여보게 이 조선을"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가졌거든 그대는 행복이니라
그도 행복이니라
그 둘을 가진 이 세상도 행복이니라
그러나 없거든 거친 들에 부끄럼뿐이니라
시인. 함석헌
*** "먼저 그 사람이 되어 주라"시던 주임 신부님 강론 말씀! "예!" 그런 사람, 친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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