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성삼일` 이라는 비극적인 축제를 지나고 있다. 이 같은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하느님이 왜 이러시나? 약한 모습, 비참한 모습을 보이는 이분이 하느님일 수 있는가? 구약을 달려오면서 그토록 강인하고 힘차던 하느님은 어디 갔단 말인가?
그것은 사랑 때문이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으며,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잘 드러내는 성삼일인 것이다. 성경 전체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 하느님의 이야기이다. 하느님께서 천지창조라는 거대한 작업을 펼치신 것도 알고 보면 인간을 `모시기` 위함이었다. 200억 광년이라는 긴 시간, 이 무한하게 펼쳐진 우주의 작업장에서 피곤도 잊고 끈질기게 작업해 온 까닭은 다름 아닌 인간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우주는 인간이 토라지는 일이 없도록 무진 신경을 써서 마련하신 하느님의 신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