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한 줄기 소나기가 세차게 지나간 뒤,
먹구름 사이로 습기를 잔뜩 머금은 햇빛이 쏟아지자 도심 골목길은 아스팔트 훈증이 올라와 들숨을 턱,턱, 막히게 합니다.
입춘절기를 코 앞에 둔 복중(伏中)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없는 사람들은 그래도 여름이 낫지, 동짓달 추위보다야 견딜만 하잖아?"라며
느린 걸음으로 곁을 지나시는 두 촌노(村老)의 어깨 위로 짓 누르는 햇살이 무심하게 느껴집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비신자 교리반 박상우(안토니오)입니다.
직장관계로 떠났던 고향 의정부로 1년전에 다시 내려 오게 된 것을 계기로 (정직하게는 백수가 된것을 계기로)
그동안 쫒기듯 살아 오면서도 염두에 두고 있던 교리공부를, 이 곳 의정부 주교좌성당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6개월 동안 '새로운 만남'이라고 쓰여진 초록색 책을 들고, 교리 봉사자 선생님들의 열성적 가르침 덕에
예수님께서 드리우신 커다란 그늘 아래에 이제 겨우 빼꼼, 발을 들인 느낌입니다.
처음 미사를 드리던 날을 또렷이 기억 합니다.
본당의 엄숙한 분위기와, 신부님의 절제된 집전의식 그리고 제대를 향한 평신도들의 낮은 자세....
언제 일어 서야 하고, 언제 앉아야 하며, 언제 성호를 긋는지 조차도 몰라서 엉거주춤(뻘쭘?)한채로 1/2독서시간과 기도시간이 끝나고 성찬전례에 접어 들었습니다.
성당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탓이라고 하기엔 평신도들의 평균연령이 생각보다 높다고 느꼈던것은 저만의 생각이었을런지요.
구부정한 허리, 마디 거친 손에 얼마가 들었을지 굳이 가늠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만큼의, 그러나 그 분들로서는 최대한의 성의로 가득했을 봉헌금을 들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제대를 향하여 걸음을 옮기는 모습들....
검소하다 못해 남루하게까지 느껴지는 행색....그러나 하냥 평화롭게 느껴지는 주름진 얼굴들....
생전 처음 전례의식을 접하는 저로서는 정신적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제 가슴은 온데를 알 수 없는 벅참으로 요동을 치었고, 성체를 모시는 의식에 이르자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어금니를 얼마나 앙다물었는지 모릅니다)
허기 끝에 포만감을 느끼면 그런 얼굴이 될 수 있을까요?
성체를 두 손으로 받아 들고, 아끼고 아끼던 음식을 차마 입에 넣기 아까운 양
성체를 모시고 자리로 돌아 가는 그들의 그 경건한 모습은 신앙의 신비, 그 자체였습니다.
조아리는 제 머리에 손을 얹어 주시던 신부님의 기도를 어찌 헤아리지 못해서일까요?
돌아와 앉아 있음에도 제 육신은 허공에 뜬듯 하였고, 나즈막한 성가대의 허밍은 성모 마리아의 음성으로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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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첫 미사의 감동에 빠져 있는 햇병아리 신도인데, 벌써 돌아오는 주일에는 세례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세례를 마치고 나면 '새로운 만남' 초록색 책 대신 대부님께서 선물로 주신 성경책을 들고 교리실이 아닌 성당으로 들어가겠지요.
6개월동안 가르침에 부지런하셨던 두 분 선생님께 정중하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자주 이 곳을 통하여 교리반 형제, 자매님들과도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행복한 - 안토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