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가 밝았다고, 새로운 해가 떠 올랐다고... 티비의 모든 프로그램이 한결같이 달뜬 분위기로 톤이 높습니다.
낡은 달력 위에 어정쩡하게 걸어 놓았던 달력을 새로 고쳐 걸면서 나도 덩달아 들뜹니다.
해가 바뀌었어도, 늘 그렇듯 별반 달라질 것이 없는 줄 빤히 알지만 새해에는 뭔가 달라질 것이란 상투적 기대감에 새로 찢어 걸은 달력 1월의 숫자를 헤아립니다.
1월에는, 소한이네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대한이의 얘기가 싱겁게 들어 있고, 유난히 빠른 설날이 1월의 끄트머리에 날짜의 색깔만큼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달력의 숫자들 위에는 알프스의 초원이 쌩뚱맞게 올라 앉아 있습니다.
올려다 본 달력의 칸칸에는 바람 휑한 이야기로 한 숨만 가득할 뿐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멋드러진 계획을 몇개 떠 올려, 달력의 칸칸에 그려 넣어 봅니다.
미루어 왔던 금연과 두툼한 적금통장, 전원생활, 성서필사, 관상기도 등등 이루지 못할 목표를 그려 봅니다.
계절이 바뀌어 더위가 점령군 행세를 할때쯤이면 그것들 일부는 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요원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얼마나 깊은 한숨을 쉬려는지요.
하지만 또 늘상 그렇듯 목표는 픽션으로 끝날지언정 오늘만큼은 논픽션이라고 고집 부릴겁니다.
나는 오늘 아침, ‘새로운 목표’라 쓰고, ‘희망’이라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