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내내 우리에게 그늘을 내어주느라 수고했던 나무들이
울긋불긋 돌아갈 채비로 분주합니다.
며칠째 제 잎을 떨쿠고, 수척해진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공연히 가슴이 울컥,해 옵니다.
사람들은 『떠날 준비』라고 합니다만
제겐 『돌아갈 준비』로 보입니다
두 계절 동안 그들 생명의 태반(胎盤)인 ‘흙’으로부터 받은 양분을
흙으로 되돌려주기 위한 준비이지요.
『울긋 불긋』은 그들의 언어코드이자 고도(高度)로 정제된 그들만의 기호체계입니다
나는 언제쯤 그들의 언어를 온 몸으로 받아 들일 수 있을지요
그리고
그때쯤이면
그들만큼이나 멋드러진 시 한 수를 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