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최인호 베드로 선생을 우러르며
시인 신성수라파엘(3구역)
최인호선생의 ‘인생’을 사서 읽으면서
떠났지만 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주님 곁에서 너무도 멀리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손, 발톱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도
두 달 만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탈고해낸
선생의 인고와 열정을 알게 되면서
함부로 문학을 드러냈던 그간의 교만이 부끄러웠다.
선생께서는 비로소 올바로 가야 할 방향과 제대로 우러를 것을 가르쳐 주셨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삶의 순간은 언제나 왜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닫게 되는 것인지
머리 위로 선생께서 찬물을 길어다 붓는다.
에이, 이놈아
못난 놈.
선생께서는 왜 서둘러 떠나야 했을까
선생의 빈 자리 앞에서
나는 또 변명을 만들고 있다.
가을은 늘 같은 낯빛으로 찾아왔는데
나는 거울을 바라볼 용기도 없다.
주님,
벌 하소서. 큰 꾸지람으로
제가 다시는 함부로 하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