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수단으로 떠나는 신부님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수단이라는 나라는 물 부족국가로서 물이 정말 귀한 곳입니다. 빗물 한 방울도 소중히 여겨 물을 아껴 쓰는 수단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물의 소중함을 알고 절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람의 몸은 70% 이상이 수분으로 되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섭취해야 하고, 특히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갈증이 더욱더 심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물이 없으면 우리들은 하루도 제대로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 육신에 있어서 이렇게 물이 소중하듯이 우리 영신생활에서도 영적인 물이 소중합니다.
아무리 음식을 잘 먹고 편안하게 생활한다 할지라도, 사랑이 아닌 미움과 불신 등이 자리 잡고 있다면, 그 사람은 결코 참된 기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육신이 편안해도 마음이 불편하면, 마침내는 육신의 병까지 생기듯이, 영혼의 갈증을 소홀히 여기다가는, 모든 삶이 조금씩 메말라가고 차츰 큰 병에 떨어지게 됩니다. (火病)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를 통해, 당신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물이 있음을 알려주십니다. 당시 유다인들로부터 천대 받던 사마리아 사람, 더욱이 여자와 대화하기를 꺼려하던 당시의 관습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먼저 말을 건네신 것입니다. 그것은 그 여인이, 내면에 잠재해 있던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증을 새롭게 인식하고 추구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깊은 갈망을 깨닫게 되면서, 그녀는 파탄과 자포자기의 늪에서 희망의 빛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만남으로 사마리아 여인의 삶은 변화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영원한 갈망을 채워 주고, 생명을 주시는 참된 샘물이신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 신앙인을 올바른 인생의 방향으로 정진하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새로운 인생관을 갖게 된 신자들은, 구원과 생명의 샘이신 주님에게서 더 많은 지혜와 힘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인은 어떤 고통과 시련이 닥쳐도,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은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생명의 물을 흘러넘치게 해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세상에서 늘 목마른 우리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됩니다. 물질이나 향락이나 지식으로도 채울 수 없는, 가족이나 친구나 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인생의 목마름과 무상함을 채워줄, 생명수를 주신다니 큰 힘과 희망이 생깁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물이 어떤 것인지 진작 알았더라면, 신앙의 힘이 그토록 큰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지금 우리의 믿음이 더욱 성숙한 모습이 되었을 것이며, 인생에서의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찾지 않고, 지나가는 허황된 것만 찾고 산다면, 주님께서도 우리 인간에 대해 아쉬움과 갈증을 느끼게 됩니다.
은퇴하신 한 원로 신부님은 매달 봉성체를 한 후, 젊은 보좌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습니다.“내 병이 낫기를 기도하지 말고, 죽음의 문턱에서도 내가 믿음을 잃지 않도록 기도해 주게나.”하늘같은 대선배(?) 신부님께서 햇병아리 새 사제에게 무릎을 꿇으시고 고백을 하였습니다. 그 신부님의 고해를 듣고 짧게라도 훈계를 해야 하는 것이 보좌신부에게는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신부님은 머리를 숙이시고, 젊은 신부의 훈계를 열심히 들으셨습니다. 진땀을 빼고 사제관으로 돌아올 때면, 그 보좌신부는 그분의 깊은 신앙심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원로 신부님께서 힘겹게 말씀하셨습니다.“난 요즘 들어, 밤에 고통이 너무 심해서 하느님을 원망하고 싶은 유혹을 느껴. 내가 진짜 무서운 건, 고통 때문에 내 신앙을 버릴까 봐 두려워. 그러니까 미사 때 날 좀 특별히 기억해 줘. /요즘 눈을 감으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목마르다고 외치는 모습이 자꾸 떠올라. 믿음이 약해진 나에게서, 당신은 아쉬움과 목마름을 느끼시는 것 같애.”
그 원로 신부님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고통 앞에서 누구나 보잘 것 없는 무력한 존재라는 것, 사제의 삶조차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한순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얼마 후 그 원로 신부님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신부님의 유약해진 믿음을 보시고, 당신의 갈증을 보여주시며 안타까워 하셨다는 그 예수님 체험 이야기가, 많은 시간이 흘러간 지금도 뇌리에 남아 가끔 기억이 납니다.
인간은 영원을 추구하는 존재이므로, 우리의 영혼은 늘 목이 마르고 갈증을 쉽게 느낍니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하고 돈이 많고 높은 지위를 차지하더라도, 인간은 그 갈증을 스스로 채울 수 없습니다. 인간의 영원한 행복과 구원에 대한 갈증과 그 목마름은, 세상의 어떤 가치와 대체물로도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인간의, 저 깊은 데서오는 목마른 갈증을 해소시켜 주시는 분이라고, 스스로 당신을 계시해 주십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늘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건네십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 삶을 통해, 교회전례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의 손길을 외면하거나 마음이 무디어 이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영혼의 갈증을 느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처럼 "그 물을 저에게 좀 주십시오."라고 하며 주님께 나아가는 겸손한 자세, 그 열린 마음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생명의 물을 원하는 사람에게 주님은 항상 후하게 주실 뿐 아니라, 심지어 당신 자신까지 거저 내어주십니다. 예수님은 결코 우리의 갈증과 바람을 모른 체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과 은총을 날마다 내려주시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친히 마련해주시는 분입니다.
우리들은 모두 행복한 삶, 참된 삶을 동경하며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정의에 목말라하며, 진실한 일치와 나눔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이러한 우리의 애타는 갈증을 채워줄 수 있습니까? 오직 예수님만이, 세상의 모든 목마름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실 수 있습니다. 영원히 솟아나는 생명의 물은, 바로 성서 안에 담겨있고,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생떽쥐베리는 ‘어린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외로움에 지쳐 있고 고통스런 갈증을 느끼는 우리에게, 지금도 말씀하고 계십니다.“여기에 물이 있다